결론부터 얘기 하자면 실망스럽다. 전래동화도 아니고 권선징악이라니 뜨악이다.
유명작가인 정희주가 한국에 그것도 사람많은 요양원에 있다는 것.
재벌인 안현성이 요양원에서 일하는 정희주를 못찾는다는 것.
재벌가의 아들을 유괴하고 잡혀간 범죄자가 그토록 빠른 시일 내에 출소해서 구해원을 칼로 찔렀다는 것.
위와 같은 논리상 안맞는 것들은 드라마니까, 결말이 다가오니까 이해한다. 그래서 여타의 이상한 지점들은 차치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서우재라는 평소에 다른 어떤 것에도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 기억을 되찾자 마자 분노의 사자가 되어 나타난다. 기억을 잃었을 때조차 정희주에게 끌릴 정도로 정희주라는 여자가 서우재에게 운명적이고 본능적으로 끌린다는 것은 서사 속에서도 나타나긴 한다. 그럼에도 13화 14화 즈음부터 시작되는 광기는 결말을 지으려는 섣부른 서사로 읽혀진다.
또 정당방위로 될 수 있는 사건을 굳이 시체유기로 만들고 살인으로 일을 키우면서 스스로 죄값을 치르고 잠적하게 한다는 이야기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오직 16화 한 화에서 모든 인물들 간의 용서와 죄값을 위한 도구로 보인다.
현실이라면 설령 정희주가 어떤 남자와 바람을 폈다고 해도 남편인 안현성이나 시어머니가 정희주를 벌하는 것 말고는 구해원은 정희주를 벌할 수단이 없다. 물론 아이를 납치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위협을 가하기는 했지만 남편과 모든 비밀을 공유하는 시점에 들어서서는 구해원은 더이상 안 가문에 위협을 끼칠 수 없다.
바람폈기 때문에 스스로의 감옥에 살아야 한다? 너무 구시대적인 징벌적 생각이다. 서사 속에서 구해원은 정희주 때문에 삶이 망가졌다고 말하고 심지어 유산까지 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정희주는 당연히 벌 받아야 한다는 게 이 서사가 주장하는 합당성이다. 그런 이유로 구해원은 칼에 찔리고 정희주는 모든 것을 잃고 정연은 자수를 하고 심지어 서우재는 죽는다.
1. 차라리 서우재가 구해원에게 말했듯이 모든 용서를 구하겠다고 했으면 기억을 되찾았을 때 구해원 대신 복수를 기획했어야 했다. 정희주의 잘못을 덮어주고 흔들릴 때 다시 자기 품으로 안으면서 속이고 나락으로 떨어뜨리면서 구해원이 원하는 복수를 완수하고 구해원은 정희주의 동생에게 보낸다.
2. 기억을 되찾고 서우재 말대로 구해원에게 용서를 구하고 서로 모든 오해와 용서를 빌며 각자의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는 서사로 흘러간다. -> 분명 <너를 닮은 사람>을 보는 시청자는 처음에 구해원과 정희주의 그 갈등이 어떻게 해소 될까, 하는 궁금증에서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비록 구해원이 코트를 태워버리고 늦었다 할 지라도 그렇게 갔다면 지루할지 모르나 완성도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3. 계속해서 의심하는 안현성 때문에 압박 받는 정희주가 결국 "내가 지금 뭐하는 건지 모르겠어" 라고 친구 앞에서 털어 놓은 것처럼 서우재와 진짜로 다시 빠져서 떠난다.
죄 지은 자는 결국 벌받는다. 계속해서 성당 장면이 자주 나오더니, 이건 뭐 종교적인 교훈을 주기 위한 서사였는지. 왜 이렇게 권선징악으로 가면서 결말을 망쳐 놓았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서우재라는 인물을 광적으로 만들고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던 안현성이 갑자기 이제와서 다시 분노에 차게 만드니 결말이 파국으로 가게 된 것 같다.
인물이 평면적이거나 한 문제가 아니라 일관성이 무너져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간의 서사의 논리를 스스로 무너뜨리니 당연히 결말이 설득력이 떨어지고 이해가 안 갈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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