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2) 썸네일형 리스트형 속삭임으로 그러나 깊게 건네는 정영욱의 위로 이 책을 알게 된 건 작가의 플레이리스트를 올리는 '유튜브' 때문이었다. 그곳의 설명란에는 작가가 본인의 책에서 발췌한 글귀들을 담아 두었다. 와닿고 참 글이 예뻤다. 한때 이병률의 책을 필사 했던 때처럼 끌리는 문체였다. 그러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작가의 책들을 읽어 보았다. 20대를 다 지나가는 나이인 지금의 나. 이 정도 세월은 많이도 아니고 적게도 아닌 애매한 삶의 기간이다. 이제는 어느정도의 삶에 대한 얘기들은 다 뻔해 보인다. 근데 뻔한데도 그 글들을 애써서 찾아내고 싶은 때가 있다. 어떤 일로부터 상처 받았을 때. 그것을 어루만지는 섬세한 문장이 엄마손처럼 쓰다듬어 준다. 작가가 60세 70세 세월을 다 살아 낸.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영감이었다면 이 책은 오히려 힘이 없었을 거 같다.. 2012년에 현자였던 나 2012년에 쓴 일기장을 펼쳐 보았다. 제일 앞 커버 뒷면에 이렇게 써 있었다. "나는 항상 손해보고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하는 기대치가 늘 높았기 때문에 손해는 그런거다. 내 기대에서 만들어지는 것." 요즘 다시 느끼던 것이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서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면 결국 힘든 건 나라는 사실. 누군가를 위한다고 하지만 '내가 이만큼 했으니'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깃든다면. 상대방이 내가 던진 공을 다시 되돌려주지 않는다면. 그때 마음은 지옥이 된다. 상대를 원망하고 끌려다닌다. 스스로 꼿꼿하게 똑바로 서지 못하고 마음의 주권을 다른 이에게 주고마는 것이다. 그 당시에 내가 왜 저런 글을 썼는지. 저 말의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긴 했는지는 미지수다. 적어도 머리로는 논리적으로 이해하..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 정해진 운명이더라도 (스포 有) 곧잘 하는 생각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전쟁이 일어나고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고. 물론 어떤 행동을 취하지도 변화시킬 용기도 없다. 우크라이나에 금지된 폭격이 가해지고 누군가 매일 죽는다는 뉴스가 나와도 우리는 저녁밥을 먹을 뿐이다. 그렇게 나이 들어간다. 남자 주인공 복귀주는 그런 사실을 어린 나이에 깨닫고 과거의 시간에 갇혀버린 인물이다. '행복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지만 그곳에 돌아가서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는 자신의 능력을 혐오한다. 죽어버린 개를 살릴 수도 사고 현장에서 순직한 동료 소방관을 도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색깔을 가진 사람. 도다해. 그녀가 나타난다. 사채업자에게 빚을 져 사기로 인생을 살아가던 도다해의 새로운 사냥감. 복귀주 집은 .. 장송의 프리렌 - (추천 애니메이션) 마왕을 토벌하고 난 뒤. 인간이고 드워프인 동료들이 늙어 죽어간다. 그리고 남겨진 몇 백년은 우스운 만 년을 사는 엘프의 이야기. '장송'이라는 제목처럼 용사 '힘멜'을 떠나 보낸 뒤의 슬픔 같은 것들을 다루는 힐링물인줄 알았다. 아니라는 건 아니다. 다만 부드럽고 유려한 그림체에 화려한 액션까지 가미된 애니메이션이라는 거다. 주인공의 강자다운 면모, 시니컬하면서도 따뜻한 그야말로 '츤데레'인 프리렌도 매력적이다. 처음에는 남겨진 자들의 얘기라고 생각했다. 보다보니 이건 힘멜과 프리렌의 사랑에 대한 얘기.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는다. 다만 그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감정에 크게 동요하지 않던 엘프인 프리렌이 사랑을 깨닫게 되리라. 만 년 중에 고작 10년 밖에 안되는 모험이었던.. The final season 후편 - 2만 년 후에는 일어나지 말길. ***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만화책의 결말을 알았을 때도 격하게 옹호했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거대한 서사가 끝이 나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으랴. 대학교 2학년 때였다. 교양으로 '애니메이션과 현대사회'라는 강의를 들었다. 수업 중에 1화를 같이 보았는데 과히 충격적이었다. 애니메이션을 싫어한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찾아서 본 적도 없었다. 피가 낭자하게 흩날리는 첫 화를 보고 끔찍하면서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매 해 조금씩 나오는 시즌들을 챙겨봤다. 장차 7년이 흘렀고 드디어 '파이널의 파이널'이 막을 내렸다. 액션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람들이 반감 가졌던 엘렌의 '자유'에 대한 부분도 수정한 듯했다. 마치 엘렌이 자기가 파라디 섬에 사는 친구들을 위해 8할의 전인류를 죽였다고 오도할 수 있는 부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와요 (스포없음 추천드라마!) 나는 내가 아프다는 걸 약 15년이나 지나서야 알았다. 버스를 타고 갈 때, 설거지를 할 때 불쑥 눈물이 났다. 목소리가 크고 씩씩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자주 요동치지도 않았다. 그런데 물밀듯이 들이치는 파도를 만나고 나서야 어딘가 잘못됐다는 걸 인지했다. 예전부터 죽 쌓여온 것인지. 최근 상황과 일들로 우울감이 온 것인지는 정확히 진단 할 수 없었다. 분명한 건 괜찮다고만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보살피지 않았다는 거였다. 상처를 인정하고 인생을 반추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글 속의 내가 채 여덟 살이 되지도 못했는데 손을 멈추었다.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드라마'에서도 자기 자서전을 써보라는 얘기를 한다. 마음에는 청진기를 댈 수가 없다. 진단지를 통하더라도 진실하겠다는 개인의 의지 없이는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상처의 문을 닫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구조가 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일로부터 어머니를 잃은 마히토가 치유받는 과정의 서사기 때문이다. '아빠가 좋아하는 사람'을 '엄마'로 받아들이기까지의 여정이 탑 안에서 일어난다. 탑이 무너지고 일본의 전쟁은 끝이 나고 가족은 저택을 떠난다. 마치 '스즈메'가 재난으로부터 엄마를 잃은 슬픔으로부터 자기 자신의 문을 봉인해 버리듯 말이다. 마히토 역시 탑 안에서 히미를 엄마의 어린 시절을 만나며 상처의 면면들을 돌아보게 된다. 잠결에서 본 엄마는 불에 고통받으며 자신에게 구해달라고 말하는 듯 보인다. '아래' 세계의 히미는 오히려 불을 마법처럼 사용하는 강한 소녀다. 펠리컨과 앵무새들은 히미가 나타.. 헤어질 결심 - 간단리뷰 처음 봤을 때는 잔잔한 얘기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좀 달랐다. 해준은 서래를 서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다. 서래 역시 다리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남자 형사를 꾀어내고 있었다. 영화는 고요하지만 도발적이고 파괴적이었다. 어떤 남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살인사건'까지 저지르는 얘기가 과연 반전이 없어서 심심한 얘기라 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곰곰이 곱씹을 수록 무서우리만치 집착적이고 큰 사건이었다. 다만 얘기하는 방식이 종일 낮은 소리를 내듯 조용했기에 눈치채지 못했다. 깨끗하고 정의롭다고 여겼던 해준이라는 형사가 여자의 집을 훔쳐보듯 살핀다. 우리는 흔히 이런 모습을 보면 스토커 같다든가 변태 같다고 말하곤 한다. 해준은 그만큼 서래에게 빠졌다. 심지어는 그녀를 지척에 두는..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