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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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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 간단리뷰 처음 봤을 때는 잔잔한 얘기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좀 달랐다. 해준은 서래를 서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다. 서래 역시 다리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남자 형사를 꾀어내고 있었다. 영화는 고요하지만 도발적이고 파괴적이었다. 어떤 남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살인사건'까지 저지르는 얘기가 과연 반전이 없어서 심심한 얘기라 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곰곰이 곱씹을 수록 무서우리만치 집착적이고 큰 사건이었다. 다만 얘기하는 방식이 종일 낮은 소리를 내듯 조용했기에 눈치채지 못했다. 깨끗하고 정의롭다고 여겼던 해준이라는 형사가 여자의 집을 훔쳐보듯 살핀다. 우리는 흔히 이런 모습을 보면 스토커 같다든가 변태 같다고 말하곤 한다. 해준은 그만큼 서래에게 빠졌다. 심지어는 그녀를 지척에 두는..
마더 - 바보를 낳은 여자 *** 이 글은 결말까지 모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극 중 이름조차 '엄니', '어머니', '엄마'일뿐인 여자가 갈대밭에서 웃는 듯 우는 듯 춤을 추며 시작한다. 엄마는 작두질을 하고 아들은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개와 장난질을 한다. 칼질하는 손은 보지도 않고 도준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에서 오는 불안과 차에 치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플롯이 처음부터 불안감을 더한다. 제 손에서 나는 피인지도 모르고 도준 걱정뿐인 엄마는 전형적인 모성애를 보여주는 '엄마'의 모습이다. 그러나 영화는 엄마와 아들의 관계를 지극한 사랑으로만 보여주고 있지 않다. 어딘가 뒤틀리고 꼬인, 사랑 앞에 함부로 붙기 어려운 수사들을 떠오르게 한다. 진태가 도준에게 너 여자랑 자본 적은 있냐,라고 묻자. 도준은 "나 있어..
길복순 (넷플릭스 시리즈 스포 有) 밤에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지만 작업이 끝나고 '이마트'를 달려가는 엄마 길복순. 딸 앞에서 만은 살인자가 아닌 생명을 잉태하는 대지이고 싶은 여자. 그 모순 덩어리인 삶. 1. 길재영은 엄마가 '암살자'인 것을 몰랐을까. 극 중에서 길복순은 후배인 한희성의 집에서 섹스를 한다. 이 장면에서 한희성과 길복순의 몸에는 베이고 맞아서 생긴 흉터들이 굵직하게 남아 있다. 아무리 열심히 숨기려고 했다고 해도 딸이 엄마의 등 한 번을 못 봤을까. 길재영이 길복순에게 국정원 직원이냐고 물었던 것은 그냥 그렇게 알고 있을게,라는 질문이자 답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자친구와 헤어졌던 날. 길복순은 알고 지내던 암살자들에게 죽을 위기에 처하고 딸의 전화를 받다가 휴대폰이 박살 나 연락이 두절된다. 누구라도 걱정할 상..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포 매우 有) 고등학생 1학년 때였다. 윤리 선생님이 출석부에서 내 번호를 불렀다. "지금이 일제강점기고, 네가 만약에 일본인이라면 조선인에게 밥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때 일본인은 조선인에게 적대감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조선인을 돕고 싶은 일본인이란 가정이 있었다. "개인이 광복을 당장 이룰 수는 없고 당장 하루를 살 수 있는 밥을 주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나마 가장 나은 답이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었었다. 1. 조제라고 불러 줘. 쿠미코는 장애를 가진 여성이다. 하반신을 가눌 수 없어서 의자에서 내려올 때도 쿵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을 떨어뜨려 버린다. 고아원에서 탈출해서 혈육에게 와서 살만한가 했더니 삶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고. 할 수 있는 거라곤 새벽에 몰래 유모차를 타고 할머니와 산책하..
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청킹 시의 빽빽한 빌딩 숲. 청킹 시와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합친 'Chunking Express'가 영제다. 이야기를 하나로 보는 편견(?)이 있어서인지 1부에 나오는 마약밀매업자가 마약 조달에 실패해서 2부에 나오는 페이처럼 머리를 자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찰 223 하지무가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2부에 바통터치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라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니, 나는 페이가 마약밀매를 그만두고 일상으로 돌아온 여성인 줄 알았다. 평가가 좋기도하고 몽중인이란 OST를 좋게 듣기도 해서 왓챠에 리마스터링 됐다고도 해서 영화를 봤다. 솔직히 1부를 볼 때까지만 해도 심드렁했다. 경찰 663이 처음에 가게에 들어와 페이에게 귀에 가까이 다가가 샐러드라고..
영화 안 보고도 본 척 하기 - 미나리 편 * 이 글은 스포일러가 될 수 도 있습니다. 모니카 (- 한예리)와 제이콥 (- 스티븐 연) 은 부부다. 둘에게는 장녀 지영 영어이름 앤과 아들 데이빗이 있다. 1. 모니카와 제이콥은 캘리포니아에 살다가 예고편에 나오는 트레일러 주택으로 이사 오게 된 것이다. ㅡ 나는 예고편을 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인터넷을 부유하며 본 느낌상 한국에서 첫 이민을 간 장소가 바퀴 달린 집일 거라 예상했다. 2. 제이콥은 한국식 가정교육을 유지하는 아버지다. 데이빗을 혼낼 때 손을 들고 있게 한다든지 회초리를 가져오라든지 그 시절의 아버지다. 연기한 배우가 스티븐 연이어서 미국 친화적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2-1 영화에서 제이콥이 모니카에게 교회에 나가보자고 하자 모니카가 놀란다. 그만큼 제이콥은 기독교와 같은 종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