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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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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현자였던 나 2012년에 쓴 일기장을 펼쳐 보았다. 제일 앞 커버 뒷면에 이렇게 써 있었다.  "나는 항상 손해보고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하는 기대치가 늘 높았기 때문에 손해는 그런거다. 내 기대에서 만들어지는 것." 요즘 다시 느끼던 것이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서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면 결국 힘든 건 나라는 사실. 누군가를 위한다고 하지만 '내가 이만큼 했으니'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깃든다면. 상대방이 내가 던진 공을 다시 되돌려주지 않는다면. 그때 마음은 지옥이 된다. 상대를 원망하고 끌려다닌다. 스스로 꼿꼿하게 똑바로 서지 못하고 마음의 주권을 다른 이에게 주고마는 것이다.  그 당시에 내가 왜 저런 글을 썼는지. 저 말의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긴 했는지는 미지수다. 적어도 머리로는 논리적으로 이해하..
메모 -2 진격의 거인 파이널 (전) 파이널의 파이널 전편이 3월 4일에 공개 됐더라. 웨이브 플랫폼을 통해서 보았다. 결말에 관한 글을 예전에 조금 썼을 때도 말했지만. 나는 에렌의 행동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한다. 에렌을 히틀러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이건 그냥 애니메이션이고. 애니메이션에 담긴 생각을 작가가 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고? 은 실존하는 세상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가진 작가의 세계기 때문이다. 했던 얘기는 그만두고 새로이 느낀 게 있다. 에는 에렌과 라이너가 서로 닮은 주인공이라는 작가의 말과 설정이 있다. 라이너는 벽 안 인류를 1/3 전멸시키고 그 뒤로도 월로제까지도 위태롭게 한 장본인이자 재앙이다. 아마 거기서 그들이 더 과격하게 베르톨트를 비롯한 거인의 힘을 사용했다면 벽 안 ..
넘어지니까 알겠더라 고등학생 때, 선생님 몇 분이 자주 하시던 말이 있다. "꼭. 넘어져 봐야 알겠냐?" 무슨 말인가 하니. 공부 안하고 나이 들어서 취업 길도 닫히고 고생해봐야 알겠냐. 하는 의미시다. 당시에도 그 말이 무슨 의민지 몰랐던 건 아니다. 충분히 이해했고 알고 있었다. ㅡ 행동하지 않으면 이해한 게 아니다, 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접어두고 말이다.ㅡ 그때만 해도 꼰대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유행한 건 아니지만 좋게 듣기란 어려운 말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야자시간에 독서에 골몰했다. 소설이며 시를 쓰기도 했고 일기도 열심히 썼다. 작가가 되야겠다기 보다는 뭐든 글을 쓰거나 그와 관련한 무엇을 하리라 생각했다. 혹은 문학이 쓸모 없더라도 내 삶의 자양분으로서 성장이 되고 가치있는 인간으로 만들어 줄줄 알았다. 넘..
메모 1 - 중경삼림 영화 막바지에 들어서 경찰 663은 긴머리의 여성을 보고 난 후 집으로 뛰어간다. 하지만 그녀는 없고 방 안은 온통 물바다다. 663의 독백이 나레이션으로 나오며 "수도꼭지 잠그는 걸 잊었나, 아니면 이 방의 감정이 점점 풍부해지나? 강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울 줄은 몰랐다. 사람은 휴지로 끝나지만 방은 일이 많아진다." 일을 대충 마무리 짓고 문을 열자 페이가 금붕어를 들고 서 있다. 옛연인을 찾으러 뛰어 왔는데 페이와 만나게 된다. 영화가 25분 남은 무렵. 그동안 페이가 옛연인의 흔적을 지웠기 때문일까. 663이 그녀를 잊어가기 때문일까. 방은 물을 흘리고 663은 그것을 닦아내고 페이를 마주한다. 여기부터 663은 새로운 사람을 받아 들일 마음이 된 게 아닐까. 그래서 페이를 집에 들이고 다..
그거 왜 하는거야? 고등 시절 학교에서 책을 읽고 감명받은 구절이나 주요 구절을 공책에 옮겨 적었다. 그 모습을 보는 친구들은 그걸 왜 옮겨 적냐는 물음을 가졌다. 어떤 선생님은 그게 숙제냐거나 필요한 거냐고 묻기도 했다. 고등학교에서 독후감은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는 것처럼 '한줄'의 '스펙'에 불과하다. 당장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한 기초나 불교에서는 대승불교가 있고 소승불교가 있고 교리 보다 깨달음과 수양을 중시하는 선불교가 있다는 지식들은 자체로 흥미로웠다.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우물의 폭이 좀 커지긴 했더랬다. 대학 시절에는 그것들로 과제를 더 수월히 했다는 생각도 든다. 작가나 전공 관련 일을 하지 않더라도 살면서 글쓰기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철학이나 다양한 상식 선의 지식들도 분명 ..
국문학과의 한탄 아무래도 생각이 없었다. 중, 고등 시절 책 좀 읽고 글깨나 쓴다는 주변 소리에 국문과로 진학했다. 시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일기장에 내 표현을 보고 칭찬해준 것이었다. 그 뒤로 나는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주변 또래보다 잘 쓰거나 언어에 민감했을 수도 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처음으로 300페이지에 달하는 청소년 문학을 완독하고 성취감에 젖었다. 그 뒤로 문학 서적을 막 읽었다. 처음으로 꾸깃한 만 원짜리 지폐를 가지고 교보문고에 가서 내 돈으로 무언갈 사는 구매 행위도 해보았다. 모든 게 글과 관련된 것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교실 게시판에 독후감을 게시했다. 독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수업에 들어오시는 선생님 중 고정 독자가 한 분 계셨다. 지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