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선생님 몇 분이 자주 하시던 말이 있다.
"꼭. 넘어져 봐야 알겠냐?"
무슨 말인가 하니.
공부 안하고 나이 들어서 취업 길도 닫히고 고생해봐야 알겠냐. 하는 의미시다.
당시에도 그 말이 무슨 의민지 몰랐던 건 아니다. 충분히 이해했고 알고 있었다. ㅡ 행동하지 않으면 이해한 게 아니다, 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접어두고 말이다.ㅡ
그때만 해도 꼰대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유행한 건 아니지만 좋게 듣기란 어려운 말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야자시간에 독서에 골몰했다. 소설이며 시를 쓰기도 했고 일기도 열심히 썼다. 작가가 되야겠다기 보다는 뭐든 글을 쓰거나 그와 관련한 무엇을 하리라 생각했다. 혹은 문학이 쓸모 없더라도 내 삶의 자양분으로서 성장이 되고 가치있는 인간으로 만들어 줄줄 알았다.
넘어졌다고 하기에는 시작도 안했지만 닥치고 나니까 알겠더라.
흔히들 탁상공론 한다고들 한다. 방구석에 앉아서 상상하는 거랑 현실이 다르듯. 고등학생인 내가 아무리 넘어진 고통이나 아픔을 그려봐도 지금의 좌절을 겪을 순 없다.
고등학생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망상을 하면서 넘어져 있다. 넘어진 곳에서 땅을 짚고 무릎을 꿇고 천천히 일어선다. 넘어지니까 다시 일어선다.
'일상,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년에 현자였던 나 (0) | 2024.11.19 |
---|---|
그거 왜 하는거야? (0) | 2021.03.06 |
국문학과의 한탄 (0) | 2021.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