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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청킹 시의 빽빽한 빌딩 숲. 

청킹 시와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합친 'Chunking Express'가 영제다.

 

이야기를 하나로 보는 편견(?)이 있어서인지 1부에 나오는 마약밀매업자가 마약 조달에 실패해서 2부에 나오는 페이처럼 머리를 자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찰 223 하지무가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2부에 바통터치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라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니, 나는 페이가 마약밀매를 그만두고 일상으로 돌아온 여성인 줄 알았다.

 

 

평가가 좋기도하고 몽중인이란 OST를 좋게 듣기도 해서 왓챠에 리마스터링 됐다고도 해서

영화를 봤다.

솔직히 1부를 볼 때까지만 해도 심드렁했다.

 

경찰 663이 처음에 가게에 들어와 페이에게 귀에 가까이 다가가 샐러드라고 말하거나,

마치 여자친구가 없는데 지어낸 거 처럼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사장에게 꼬여서 음식을 두 개나 사는 걸 보고,

페이에게 작업을 걸려고 그러는 줄 알았다.

 

ㅡ내가 이해력이 모자란 건가?ㅡ

 

경찰 663은 옛 연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페이가 놓고간 CD를 보고도 여자친구가 좋아하던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가 놓고간 것처럼 보이는 방안의 무수한 인형들이 바뀌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편의점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663은 페이가 걸어놓은 셔츠를 입고 있다. 스튜어디스였던 여자도 평범한 복장이다.

둘은 서로에게 제복이 더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그들이 반했던 건 제복을 입은 상태.

 

일할 때 입는 옷이 더 잘 어울린다는 말.

그 사람의 내면이 아니라 겉만 좋아했다는 말처럼 들렸다.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짧은 사랑.

 

 

스튜어디스 정복을 입은 페이가 반쯤 내려진 가게 문을 들어 올린다.

깜짝 놀란 663은 어리둥절 페이를 바라본다.

페이는 663에게 그런 모습도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663도 그녀에게 그렇게 말한다.

663은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래를 끈다.

 

 

영화를 보면서 페이는 대체 왜 663의 집에 가는 걸까 생각했다.

첫 째, 좋아하는 사람의 물건이나 공간에 가는 건 그 자체로 기쁜 일이다. 그 사람에게 선물 받은 별 것 아닌 물건이 엄청난 보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페이는 그 집에만 가면 춤추듯이 청소하고 침대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즐거워 한다.

 

둘 째, 옛연인의 흔적을 없애고 사랑받고 싶은 질투의 감정이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우리는 때때로 아니 자주 좋아하는 사람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셋 째, 페이는 663에 대해 잘 모른다. 663의 침대에서 긴 머리칼을 발견하고 물건들을 보며 그에게 맞는 여자가 되려한다. 

 

페이는 1년이란 시간 동안 스튜어디스가 되어 정복을 입고 머리를 기르고 663 앞에 나타난다.  

"어디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라고 말하는 663을 보면 페이가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좋아해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페이에게는 나름대로 그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되기 위해 1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라는 말이 좋은 말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촌오빠를 도와 일하는 페이인 자신과

스튜어디스며 여기저기를 여행하고 '항로가 변경 되었다'는 쿨한 편지를 날리는 여성은 비교된다.

 

옛 연인의 달라진 현재의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페이와 663은 서로의 역할이 바뀐 현재가 좋다고 말한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사장이 된 663과 정복을 입은 페이.

 

둘은 서로를 좋아한다.

 

www.youtube.com/embed/5qm0UK1yG1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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