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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잡담

2012년에 현자였던 나

 2012년에 쓴 일기장을 펼쳐 보았다. 제일 앞 커버 뒷면에 이렇게 써 있었다. 

 "나는 항상 손해보고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하는 기대치가 늘 높았기 때문에 손해는 그런거다. 내 기대에서 만들어지는 것."

 요즘 다시 느끼던 것이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서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면 결국 힘든 건 나라는 사실. 누군가를 위한다고 하지만 '내가 이만큼 했으니'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깃든다면. 상대방이 내가 던진 공을 다시 되돌려주지 않는다면. 그때 마음은 지옥이 된다. 상대를 원망하고 끌려다닌다. 스스로 꼿꼿하게 똑바로 서지 못하고 마음의 주권을 다른 이에게 주고마는 것이다. 

 그 당시에 내가 왜 저런 글을 썼는지. 저 말의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긴 했는지는 미지수다. 적어도 머리로는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있었겠지만. 12년 전에도 알던 사실을 왜 나는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까. 

 인간의 모든 행복은 결국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이라는 말을 유튜브에서 보았다. "무인도에서 혼자사는 사람이 100억을 벌어도 그게 즐거울까."라는 반문을 하고 있었다. 아마 나갈 수 없다는 전제를 한다면 그 일은 행복이라는 단어와 정말 다른 행성과 지구 사이의거리 만큼 멀 것이다.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게 아닐까. 돈을 많이 벌려는 욕심. 사랑받고 하고 싶은 마음. 옷을 사고 싶은 욕망. 법을 지키는 이유. 많은 것들이 사회라는 곳에서 인간답게 인정 받으려는 마음에서 비롯한 것이다. 심지어는 그걸 포기한 범죄자들도 누군가 한 명에게는 잘 보이려 하기도 한다. 

 처음으로 돌아 가서. 손해라고 표현한 부분. 그 당시에 나는 기대하니까 결국 내 마음이 힘들고 그게 손해라고 한 것 같다. 12년이 지난 지금. 그건 손해라기 보다는 스스로 평온해지기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상대방의 마음이라는 필드는 내가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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