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잡담/메모

메모 1 - 중경삼림

영화 막바지에 들어서 

경찰 663은 긴머리의 여성을 보고 난 후 

집으로 뛰어간다.

 

하지만 그녀는 없고 방 안은 온통 물바다다.

663의 독백이 나레이션으로 나오며

"수도꼭지 잠그는 걸 잊었나, 아니면 이 방의 감정이 점점 풍부해지나?

강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울 줄은 몰랐다. 사람은 휴지로 끝나지만 방은 일이 많아진다."

 

일을 대충 마무리 짓고 문을 열자

페이가 금붕어를 들고 서 있다.

 

옛연인을 찾으러 뛰어 왔는데 페이와 만나게 된다.

영화가 25분 남은 무렵.

 

그동안 페이가 옛연인의 흔적을 지웠기 때문일까.

663이 그녀를 잊어가기 때문일까.

방은 물을 흘리고 663은 그것을 닦아내고 페이를 마주한다.

 

여기부터 663은 새로운 사람을 받아 들일 마음이 된 게 아닐까.

그래서 페이를 집에 들이고 다른 여자의 종아리를 주물러 준 게 아닐까.

 

 

나는 아비정전을 보고나서

대체 이게 뭐라고 좋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리고 명장면이라는 아비가 혼자서 거울 앞에 서서 춤추는 장면도 그다지였다.

 

그런데 중경삼림의 엔딩에서 663이 페이에게 어디로든 가겠다는 말을 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몽중인'이 나오자.

나는 일어나 푸르스름한 새벽 빛과 함께 노란옷을 입은 페이처럼 조금 들썩였다.

 

사람들이 말하는 90년대 홍콩을 느끼고 싶다거나 하는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그 분위기와 노래는 오전 5시 경에 나를 벽에 기대게 하기에 충분했다.

 

'일상, 잡담 >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모 -2 진격의 거인 파이널 (전)  (0) 2023.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