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 간단리뷰
처음 봤을 때는 잔잔한 얘기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좀 달랐다. 해준은 서래를 서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다. 서래 역시 다리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남자 형사를 꾀어내고 있었다. 영화는 고요하지만 도발적이고 파괴적이었다.
어떤 남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살인사건'까지 저지르는 얘기가 과연 반전이 없어서 심심한 얘기라 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곰곰이 곱씹을 수록 무서우리만치 집착적이고 큰 사건이었다. 다만 얘기하는 방식이 종일 낮은 소리를 내듯 조용했기에 눈치채지 못했다.
깨끗하고 정의롭다고 여겼던 해준이라는 형사가 여자의 집을 훔쳐보듯 살핀다. 우리는 흔히 이런 모습을 보면 스토커 같다든가 변태 같다고 말하곤 한다. 해준은 그만큼 서래에게 빠졌다. 심지어는 그녀를 지척에 두는 것만으로도 불면증이 나아버리니 말이다.
첫 살인사건이 끝나고 난 뒤 서래는 해준의 마음을 깨닫는다. "나는 완전 붕괴됐어요." 라고 말하는 그의 말. 처음에는 이 대사가 해준이 여자에게 빠져서 형사로서의 윤리를 잃고 남편으로서의 예를 잃었다, 같은 의미로 읽었다. 다시 말해 서래의 외모에 빠져서 실수 했으니 자신은 이제 이전과 같이 돌아갈 수 없다고 말이다. 다시 보니 서래는 '휴대폰을 멀리 던져버리라.' 라는 말을 사랑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붕괴'라는 말이 더 큰 표현 같았다. 그마만큼 돌아올 수도 없을 만큼. 서래에게 빠졌다는 의미니까.
서래는 해준의 집에 미결 사건들이 사진으로 붙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휴대폰을 돌려준다는 건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바닷가에서 자기 무덤자리를 파면서 서래는 웃었을 것이다. 해준이 해준 휴대폰을 멀리 던져버리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행복해 했듯이. 해준의 영원한 미결로 존재하게 될테니.